21년 제주여행(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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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광치기 해변은 바람만 드세고 수평선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어 일출은 글렀습니다.
일찌감치 포기를 하고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문득 해물라면 간판이 눈길을 끕니다. 10,000원 이라는 입간판을 보고 들어서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소금을 뿌리고 있습니다. 앞손님이 유난을 떨고 가서 뿌린다고 하는데 식당안의 차림표의 가격은 2인분에 25,000원입니다. 그것도 1인분은 취급안하고. 우리도 소금세례를 받을까 무서워 조심스레 해물라면을 시켜봅니다.
숙소로 돌아 와 짐을 꾸려 체크아웃을 하고 오늘의 일정인 아부오름으로 출발합니다.
구불구불 중산간길을 올라가는데 눈에 익은 풍경이 보여 살펴보니 백악이 오름입니다. 살펴 보니 올라가는 길도 닦아 놓은 게 보여 길가에 차를 세웁니다. 옆지기를 부추켜 오름에 오릅니다. 예전에 왔을 때는 개인 사유지여서 방목한 소들도 있고 지천이 쇠똥이어서 지뢰를 피해 올라갔던 기억이 납니다. 정상 둘레길은 백악이 오름이 2022년 까지 휴식년제에 들어가 있어 살펴보기만 하고 다시 내려옵니다.
다시 조금 더 달리니 그동안 늘 지나치기만 했던 아부오름입니다. 예전에는 소나무들의 키가 작아 분화구 형태를 볼 수 있었다는데 지금은 시야를 가려 자세히 볼 수 없습니다.
그리 높지 않은 오름을 다녀오니 배꼽시계가 밥 때를 가리킵니다. 첫날 어두워서 제대로 둘러 보지 못했던 함덕해수욕장으로 가보기로 합니다. 유채꽃이 피어 있는 서우봉 둘레길을 걷다가 내려와 처음에 빵을 샀던 빵집에서 샌드위치를 사들고 나와 차안에서 먹어봅니다.
야채가 풍성한 것이 그동안 먹었던 샌드위치와는 다르다는데 한 표를 기꺼이 던졌습니다.
일찍 체크인을 할 요량으로 호텔로 오다가 삼성혈 가 본 지가 신혼여행 이 후로는 기억이 없어 목적지를 변경합니다. 패키지 여행 같으면 택도 없을 일이지만 자유여행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인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아쉬운 게 벚꽃이 예년에 비해 1주일에서 10일 정도가 빨리 개화가 되어 만개 시기가 지났다는 것입니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면서 쭉쭉 솟아오른 나무들을 보며 도심속의 이런 곳을 잊고 지나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텔에 짐을 풀고 쉬다가 동문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회를 먹을까 하다 매일 먹은 회인데 다른 것을 먹자는 옆지기의 의견을 존중하여 야시장에서 젊은 이들이 파는 랍스터의 불꽃쇼에 끌려 지갑을 여는 나를 발견합니다. 충무김밥과 랍스터 그리고 시장안의 수제 생맥주를 곁들여 저녁을 해결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였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