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어리버리 여행기(코타키나바루 5)2007-04-21 11:25

몬~ 2011. 6. 26. 22:17

넷째날

키나바루산을 가는 날입니다.

호텔에서 끊어온 바우쳐에는 수건, 선크림, 물, 우의나 우산, 카메라를

지참하라는데 전부 무시하고 대충 꾸려 나가기로 했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일어나 아예 체크아웃 준비를 하기위해 트렁크를

꾸리고 이 엊저녁에 가져다준 식은 밥을 마눌과 둘이서 꾸역꾸역

먹었습니다.

객지에 나가면 항상 알아서 잘 챙겨먹야 하기 땜시..

7시 45분에 호텔로 와서 픽업하기로 했기 때문에 10여분 먼저 내려가

로비에서 기다리는데 밖에 있던 외국인이 손짓을 해줍니다.

슬며시 밖을 내다보니 미니밴이 와서 기다리는게 오늘 우리를 데리고

갈 차량 같아 보여 다가가니 짧은 머리에 무스를 바르고 선그라스를 쓴

젊은이가 차에서 뛰쳐 나옵니다.

어머나 놀래라.

 

-최형?

-응, 내가 최씨여, 이거 키나바루산 가는 차 맞남?

-예~ 반갑습니다. 저는 데이비드구요, 오늘의 동반자는 호주커플, 두바이에서 온 커플 그리고 당신 커플입니다.

-왔으면 전화를 하지 그랬냐?

-아니지요, 아직 시간이 1분 남았잖아요. 우리가 먼저 온게 잘못이지요...

참으로 동남아답지 않은 젊은이입니다.

 

인사를 나누고 차에 오르니 좋은 자리는 이미 두 커플들이 자리를 잡았고

우리는 맨 뒷좌석으로...

호주커플은 신혼여행중이고 두바이에서 온 영감님은 동남아 부인(?)을

데리고 역시 여행중인데 자기들도 신홍여행중이라고 자랑을 합니다.

누가 물어봤수, 영감?

 

유머를 곁들인 데이비드의 안내 멘트와 앞 팀들의 대화를 귀담으면서

‘그려, 토플 리스닝이 별거드냐? 이런게 실전영어지’ 하며 선그라스를 쓰고

눈을 감았습니다. 행여 눈마주쳐 질문할까바서리...^^;;

 

알아듣기는 하겠는데 입이 바로 바로 열리지 않으니 문제지...^^

 

시간 반을 가니 산속 시장터에 차를 세우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기념품도 필요하면 사고 전망대에서 카나바루산을 보라고 합니다.

멀리 보이는 키나바루산의 자태는 웅장하다는 표현 외에는 달리

생각이 안났습니다.

태어나서 2천미터 이상의 산은 처음 보는지라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것과는

다른 감동을 줍니다.@@;;

 (멀리 키나바루산이 보입니다. 오전 9시가 넘어가면 구름에 덮힌다는데

다행히 구름이 막 넘어오기 전이었습니다.^^)

 

동남아 최고봉 카나바루산...4천미터의 산임에도 산 정상에는 만년설이

없는 것이 기대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에는 만년설이 있어 일없는 표범이 가서 얼어 죽기도

한다는데 여기는 오랑우탄이 아침에 산책 다녀도 되겠다 싶은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장을 둘러보니 돼지고기, 생선, 쌀, 이름모를 약들을 파는 문자 그대로

시골장터입니다.

한참을 둘러보던 마눌, ‘저거 사줘’ 합니다.

뭔데하고 쳐다보니 바나나껍질로 싼 밥...칸차나부리의 에버그린 골프장

그늘집에서 먹었던 것과 같은 바나나쌈밥이었습니다.

내용물은 똑같은데 단맛이 덜한게 마음에 들지 않은가 봅니다.

재빨리 눈을 돌리며 맛있게 드셔~하고 내빼는 센스...^^

 (바나나잎으로 싸서 찐밥. 사진만 찍고 잽싸게 도망갔다는...^^)

(산간 장터 상점 마당에 피어 있던 칸나...색깔이 너무 이뻤습니다)

 

거기서 다시 한 시간여를 달리는데 가는 도중 산간에 드문드문 밭을 일구며

사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예의 데이비드가 입담을 과시합니다.

-이곳 출신의 친구가 있는데 걔네집 식구가 11명이다.

KK의 친구들은 형제가 대개 하나,둘씩인데... 왜 그런줄 아나?

여기는 전기 없고, TV없고 당근 위성방송 없고, 전화 없으니...

해가 일찍 지고나면 엄마 아빠가 뭐하겠는가?^^

(산골에 드문드문 있는 집들. 전기도 전화도 없는 곳에 사람들이 산다...상상이

안간다고 하면 올챙이적을 기억 못하는 개구리라고 웃을련지...)


주로 생산하는 것이 채소인데 사바주에서 소모되는 채소는 여기서 다

나간다고 합니다.

시장터에 보이는 것이  배추, 무, 파 등인데 우리나라 같으면 일종의

고랭지채소입니다.

 

가는 길 드문드문 보이는 산속리조트는 열이면 열 중국어가 같이 쓰여 있어

화교들의 재력을 실감하게 합니다.

심지어 골프장도..해발 2000미터에 골프장이라...다음에 오면 한번 도전해

봐야지 싶었습니다. 무모한 도전? 무한도전??^^

 

레나우라는 마을을 지나 30여분을 더 가니 목적지 온천지에 다다릅니다.

데이비드가 입장권을 끊는 사이에 둘러보니 B4용지에 조그맣게 주의문이

붙어 있습니다.

4/9~부터 6/9일까지 일부 구간을 통제 하니 따라달라는 내용입니다.

어쩐지 이상한 느낌이 드는데...

 (일부구간을 통제한다는 안내문이 원망스럽기만...)

 

노천 온천에는 원천수가 나오는 곳이 있고 아래쪽으로 조그만한

욕조 크기의 풀이 여러 개 있고 그 아래로 발을 담글 수 있는 조그만한 탕들이

여러 개가 있습니다. 그 옆에는 수영장이 있고...

온천탕을 지나쳐가는데 코끝으로 유황냄새가 와 닿은 게 온천이 맞긴 맞구나

싶었습니다.

(온천하는 곳)

 

온천을 지나면 바로 산행이 시작되는데 여기에서는 사진 촬영비를

5RM씩 받습니다.

캠코더는 더 받고요... 표를 안끊어도 되는데 안끊으면 구름다리에서

촬영을 금하니 흔적을 남길 요량이라면 어쩔 수 없이 지갑을 열어야 합니다.

 

전에 TV를 봤을 때는 발 디딛는 곳이 로프로 얼기설기 되어 있어 무척

위험해 보였었는데 여기는 널빤지가 대어져 있어 그다지 위협적이지

못했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야 한다는데 유감스럽게도 초입에서 봤던 주의문대로

더 이상은 올라 갈 수 가 없다고 하니 이건 산행도 아니고 산보도 아니여...ㅠㅠ

 

아쉬움을 달래고 다시 내려와 자유시간 동안 온천을 즐길 사람들은

온천장으로 그 사이에 나와 마눌은 나비농장으로...

여기도 5RM을 내고 입장해야 하는데 매표원이 없으니 할 수 없이 장시간을

기다려 매표원이 온 후에야 표를 사서 입장하는 착한 한국사람들이....

아니었기에 그냥 패스...^^;;

나중에 나올 때도 보니까 없던데...

 

(사진 위는 나비, 아래는  스틱 뭐라하던데 자미산이 알려남? 여튼 오른쪽이

수컷이래서 짠해 보이길래 한장 찰칵^^;;)

 

수영복을 가져가지 않은 것을 후회하면서 온천물에 발만 담궜는데도

돌아오는 길 마눌이 몇 번이나 다리의 피로가 풀렸다고 자랑입니다.

 

레나우 마을을 지나 중간 리조트에서 점심을 먹고 키나바루식물원으로

향했습니다.

지구상에서 제일 큰 꽃인 래플레시아가 있는 곳인데 그 꽃이 시도 때도

없이 피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았기에 친견은 꿈도 꾸지 않았고 대신

실물과 똑같은 모형으로 만족 할 수밖에요.

싱가폴의 래플스호텔 이름도 이 꽃에서 유래했다고 하네요.

그동안 나는 사람이름인줄 알았는뎅~^^;;

(실물크기로 만들어 놓은 래플레시아꽃...삼생의 연으로도 이 꽃을 볼 수가

있을려나...)

 

해박한 데이비드의 식물지식에 감탄을 하면서 거기서 두시간여를 보내니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공원 내에 있는 배낭여행자 로지를 보면서 나중에 오게 되면 며칠

묵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눌은 별로인 것 같았습니다.^^